복지부, 9일 통합돌봄법 시행령, 시행규칙 공포
장애인 대상 범위 좁고 특성도 고려 안된 상태
부족한 예산과 충분하지 않은 실증, 어떻게 해결?

통합돌봄 시행을 위해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통합돌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공포됐으나, 장애계의 요구와는 여전히 차이가 있는 상태로 확인됐다.

통합돌봄은 “노인, 장애인 등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하여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가나 지자체장이 보건의료, 건강관리, 장기요양, 일상생활 돌봄, 주거 등의 서비스를 직접 또는 연계”하는 서비스이다.

통합돌봄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7명의 의원이 발의해, 2024년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026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9일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는 통합돌봄 대상자, 신청방법, 평가 및 전달체계, 전문기관 등을 명시한 통합돌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으로 통합돌봄의 전국 시행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장애’ 고려하지 않은 시행령, 시행규칙

통합돌봄법 시행령상 통합돌봄의 장애인 대상자는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등록된 자로, 통합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사람’으로 명시됐다. 복지부는 이후 고시를 통해 정도가 심한 장애인 중 통합돌봄 대상자를 세부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장애계는 지난 7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개최한 ‘통합돌봄법 하위법령과 시행방안 정책 토론회’ 등에서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만 통합돌봄 대상으로 할 경우, “심하지 않은 장애인에 대해 돌봄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 같은 우려에도, 심하지 않은 정도의 장애인은 통합돌봄 대상 범위에 끝내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한편 65세 이상 노인과 전 연령대에 분포해 있는 장애인의 서비스 욕구나 필요도는 다르므로, 장애인 통합돌봄 서비스 설계나 종합 판정 시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반영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시행령에 ‘종합판정’ 조항을 마련하고, 그 평가 항목으로 노쇠로 인한 신체기능 및 일상생활 수행능력, 질병 여부 등 의료서비스 필요성, 영양상태, 주거환경만 제시한 상태이다. 신체적 손상과 발달장애인 등의 지원을 위한 인지기능은 평가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장애계는 의료·요양 외에 주거, 일상생활, 교육, 일자리, 이동 등의 서비스를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명시하는 방안도 제시했으나 이 역시 반영되지 않았다.

부족한 예산에, 충분하지 않은 설계…장애인 통합돌봄 가능할까?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통합돌봄 설계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한국장총은 지난 11월 성명을 통해 “정부에서는 장애인 통합돌봄을 별도로 시범 운영하지 않아, 기준 설계를 뒷받침할 자료는 문재인 정부 시기의 장애인 등을 위한 융합형 사업을 수행한 전북 전주시, 광주 서구 자료에 제한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통합돌봄을 “지금 사는 곳에서 누리는 통합돌봄”이라고 명명하고, 국정과제 78번에도 포함시켰으나 이를 위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전국장애인건강권연대, (사)돌봄과미래를 포함한 60개 단체는 지난 8일 공동 성명을 통해  “이번에 확정된 예산은 이재명 정부가 자신의 의지로 편성한 첫 번째 예산안이라는 점에서 상징적 실질적 의미가 크다. 그러나 지역사회돌봄에 대한 예산은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의 첫해에 사업 추진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충격적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자체당 사업비 2억 7천만원으로 노인과 장애인의 돌봄 사업을 모두 진행하라는 것”이라며 “(시범사업을 기준으로) 지자체당 9억원씩 총 769억원을 증액하도록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